야마기시 료이치는 같은 능력을 가진 몇 안 되는 인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흥미를 갖기엔 충분했지만, 타인의 머릿속을 자살 충동으로 휘저어 놓는 인간에게 화를 내면서도 이유를 묻는 말랑말랑한 성품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남을 죽이지 못하는 야마기시는 절대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은 총성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지만, 여전히 소년은 야마기시를 좋아했다. 터무니없이 강해진데다 이제는 자신을 죽일 수 있게 된 야마기시를 굳이 다시 찾아간 것은 비틀린 가학심 때문이었다. 그 다정하고 순해 빠진 인간에게 남긴 흉터를 확인하기 위해서.


"오랜만이군, 야마기시."

조금 놀란 듯 딱딱하게 굳은 야마기시의 시선을 만끽하며 소년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는 얼굴은 기억 속의 모습과 변함이 없어서 내심 안도했다. 그래야 야금야금 갉아먹는 재미가 있지.


"살아 있었냐, 뭐하러 온 거냐 정도는 물어보지 그래?"

"네가 할 일이야 뻔하지. 날 죽이거나 흡수하러 온 거 아냐?"

"하하,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내가 지금의 너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날 태연히 쏠 수 있는 너를?"

야마기시의 눈썹이 꿈틀 움직이는 것을 소년은 놓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무표정을 가장해도 방아쇠를 당기는 감각이 아직 손가락에 남아 있음이 분명했다. 그 일이 야마기시의 안에 얼마나 큰 흠집을 남겼는지 알 만했다.


"뭘 그렇게 무서운 얼굴이야? 하긴, 정말 죽일 생각으로 쐈던 인간이 눈앞에 나타나니까 당황스럽겠지."

"너는,"

"아, 나는 인간이 아니라고 했었나? 남을 조종하거나 몸을 빼앗거나 정신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어서?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야마기시."

그럼 너도 인간이 아닌 건가? 키득거리며 뱉은 비아냥에 야마기시의 어깨가 크게 떨리며 반응했다.


"네 기준이 정 그렇다면 그래, 네가 살인이 아니라 살해를 시도했다 쳐. 아무튼 넌 정말 죽일 셈이었으니까 난 그때 죽은 거나 다름없지."

"……."

야마기시의 눈밑이 붉게 달아올랐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꽂히고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야마기시가 우스워 소년의 입꼬리는 도무지 내려가지를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네게 덤빌 생각은 없어. 당분간은 너에게 살해당하고 싶지 않다고."

"그럼 뭐하러 왔어?"

"네가 언제까지 인간으로 있을 수 있나 곁에서 지켜보려고."

어떤 인간을 죽이는 것보다도 네 안의 인간을 죽이는 게 제일 재밌거든! 이어진 말에 할 말을 잃은 야마기시의 이마를 매만지며 소년은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즐거운 얼굴로 활짝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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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학교의 마소년X야마기시로 조각글이었습니다...

이 둘 대척점에 서 있는 관계라 겁나 좋은데 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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